AI기술 패권 위해 창작자를 희생시키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반대 한다
2025년 12월 15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이하 ‘행동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중 액션플랜 32번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는 AI기업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방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사유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시도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며, 우리 창작자들은 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
1. 저작권법의 목적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통한 ‘정당한 보상’에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의 도모’를 조화롭게 규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창작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이유는 정당한 보상을 통해 창작 동기를 보장하고, 더 나은 성과가 축적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공정이용 역시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제한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장치일 뿐, 사기업의 영리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포괄적·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2. 왜곡된 ‘글로벌 추세’로 창작자를 기만하지 마라. 「행동계획」은 대한민국의 ‘글로벌 AI 3강 도약’을 명분으로 저작권법상 예외 규정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는 실제 국제 흐름과 상충된다. 진정한 글로벌 추세는 정부가 ‘저작물의 AI 학습에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기업이 협상을 통해 정당한 이용허락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을 통해 학습 저작물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개를 의무화하여 개인 창작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일부 국가의 비영리 목적 면책 사례를 들어 영리 목적의 AI 학습까지 면책하려는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3. 「가이드라인」을 무력화하는 특례 규정 신설은 사기업을 위한 편향적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저작권 보호와 기술 혁신의 조화를 위해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창작자들은 이 「가이드라인」조차 권리 보호에 불충분하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행동계획」은 ‘사전 판단의 불확실성과 사법 리스크’를 명분으로 불과 수개월 내에 법적 면책 규정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창작자의 우려를 외면한 채 저작권 침해 판단의 책임과 위험을 창작자에게 전가하고, 그 대가로 AI기업의 영리 활동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정부의 편향된 의도로 읽힌다.
4. 실효성 없는 ‘옵트아웃’은 창작자에게 권리침해의 책임을 전가할 구실이 될 뿐이다. 「행동계획」은 창작자 보호 방안으로 ‘옵트아웃’ 즉 AI학습 거부 의사표명을 언급하지만, 이는 ‘기계가독(machine-readable)’ 형식으로 구현해야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창작에 몰두하는 개인 창작자가 이러한 기술력과 자본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대다수 창작자의 권리는 기술적 장벽 앞에 무력화될 것이다.
정부 스스로 저작물 데이터의 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저작물의 권리자를 등한시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가 ‘공정이용’이라는 구실로 AI기업이 창작물을 마구잡이로 사실상 무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하는데, 어떤 기업이 창작자와 정당한 보상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는가? 선사용 후 보상하면 된다는 정책기조는 창작자의 사전 통제권과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무상 또는 저가 이용이 관행화된 이후 정당한 보상 논의는 결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글로벌 AI 3강’이라는 목표가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여 창작자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저작권자의 사전 이용허락과 정당한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AI 발전 전략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2026년 1월 13일 대한민국 창작자·권리자 단체 일동
한국독립PD협회,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안무저작권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