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월드컵 중계권료의
합리적인 부담 구조와 정책 지원이 핵심입니다
KBS・MBC・SBS 지상파 3사는 지난 수십 년간 올림픽・월드컵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국민께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중요한 공적 책무로 여겨왔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순간마다 지상파 방송이 함께 해 왔으며, 앞으로도 5천만 국민이 하나가 되는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 의지에는 한 치의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2019년 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상파 3사의 코리아풀 협상단 참여 제의를 거절하고 단독으로 고액 입찰에 나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중계권 질서는 크게 흔들렸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JTBC가 독점 중계권 확보를 추진하던 당시에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통한 시의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혼란은 상당 부분 방지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JTBC는 “TV를 시청하는 96.7%가 JTBC의 가시청 가구여서 법령이 정한 보편적 시청권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고, 중앙그룹 신년사를 통해선 ‘올림픽 단독 중계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방송협회(이하 ‘협회’)는 2019년 6월 성명을 통해 JTBC의 올림픽 중계권 단독 확보 시도가 막대한 국부유출, 중계방송의 품질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정부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응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제도적 대응 없이 7년이 지났고, 당시 제기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림픽 중계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KBS・MBC 등 공영방송의 실시간 중계를 의무화하고 국민 누구나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주요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협회는 이 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협회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검토와 함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스포츠 중계권료 부담 구조와 재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방송업계, 특히 지상파 방송사는 20년 가까이 지속된 광고매출 감소와 글로벌 OTT 확산에 따른 제작비 급등으로 심각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JTBC의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제시 금액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각 방송사별 수백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JTBC가 확보한 2032년까지의 올림픽・월드컵 중계를 계속 할 경우 이러한 손실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된다면 재난방송, 뉴스, 교양, 다큐멘터리 등 공적 콘텐츠 제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지금 당장 지상파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작 여건 역시 큰 제약이 있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 중계 인프라 구축, 인력 파견, 방송 시설 확보 등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월드컵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특집 콘텐츠 제작 역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JTBC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부담이 지상파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는 합리적 수준의 조건이 마련된다면, 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습니다. 또한 JTBC 측은 이러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당사자로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기 바랍니다.
정부와 국회에도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료에 대한 합리적인 부담 구조를 마련하고,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을 검토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여러 방송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코리아풀을 확대하는 방안과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한 우선 협상 구조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료 문제를 검토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2026년 3월 10일
한국방송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