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동떨어진 협찬 규제, 콘텐츠 경쟁력 떨어뜨려”
디지털 시대의 시청자, 단순 수용자가 아닌 정보 판단의 주체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도리어 시청권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현행 방송협찬 규제가 변화된 산업 환경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인천 인스파이어 호텔에서 열린 한국광고홍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지상파 방송의 협찬 광고 규제 완화의 타당성’ 세션 발제자로 나선 김동후 중앙대 교수는 현행 방송 협찬 규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방송 협찬을 방송 산업 회복을 위한 ‘가치 창출 수단’으로 재조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행 방송 협찬 규제는 시청자를 수동적 정보 수용자로 전제한 채 광고효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낡은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된 후 이미 시청자는 충분한 정보 탐색 능력과 콘텐츠 해석력, 능동적인 정보 생산력을 갖춘 존재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개인 간의 의견 게시와 공유가 자유로운 상호작용(Interaction)이 이뤄지며 수신 정보에 대한 판단과 이해의 방식이 달라졌다”고 진단하며, “시청자를 선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청자 능력에 대한 믿음 하에 방송협찬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양적, 질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OTT, 유튜브 등의 성장과 프로그램 제작비의 급상승으로 인해 방송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방송협찬을 방송산업 회생을 위한 활력소로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 방송협찬 규제와 국제적인 규제 수준을 항목별로 비교하며 규제 완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행 ‘포지티브 규제’(허용하는 것만 명시)를 해외와 같이 ‘네거티브 규제’(금지 사항을 제외하고 허용) 방식으로 전환해 자율성과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협찬주와 콘텐츠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뒷광고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제목협찬)도 과감히 허용해 산업 활성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광고효과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내 협찬규제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협찬의 이유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이런 규정은 국제적 기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브랜드를 모자이크로 가리거나 브랜드명을 왜곡하여 도리어 시청자의 시청권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촌극을 빚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매체를 통한 브랜드 노출이 반드시 소비자 선택을 왜곡하지 않으며, 오히려 협찬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면 콘텐츠 신뢰도와 광고 효과 모두를 높일 수 있다”며, “현대인의 삶과 브랜드를 분리시키기 어려운 시대에 ‘브랜드의 단순 노출이 소비자 의사 결정 과정을 왜곡한다’는 규제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